아빠의 육아일기 #2 | 아빠랑 몰래!
평화로운줄로만 알았던 일요일 오후.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약속대로 아빠와 함께 공원 산책을 갈 준비를 하였다.
산책 전 간식을 먹이려고 하는데 아이엄마가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너 아까 점심 다 안먹었지?! 간식 먹을 수 없어!”
우리집에는, ‘배가 부르다는 핑계로 정량을 먹지 않았을 땐, 이후 간식을 먹을 수 없다.‘는 식사규칙이 있었다.
순간 내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흘러들었다.
우선 아이는 며칠째 대변을 보지 못해 배가 상당히 거북한 상태였으리라.
그리고 아마도 오늘따라 유난히 점심 메뉴가 맛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산책을 가려면 그래도 허기를 좀 채워야 하는데 어쩌지?
이런 저런 생각들로 고민하고 있는데 아이가 마치 영화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 마냥 식탁 위에 있던 곶감과 나를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간 정말 냉혈한 같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단 한번도 규칙에 예외를 둔 적 없이 아이를 키웠는데, 한번쯤 아이에게도 일탈을 맛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워온 내 성향으로서는 정말 과감하고도 무모한 결정이었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검지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입에 갖다댔다.
그리고 곶감 접시를 들었다.
“아빠, 비밀이야?? 비밀?”
아이는 눈치 챘는지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의 얼굴속에 담겨있던 근심 걱정은 이내 모두 사라져갔다.
우리는 그렇게 곶감이 담겨있는 접시를 들고 작은 방으로 몰래 들어갔다.
나는 바닥에 앉아서 아이가 먹기 좋게 곶감을 찢어주며 말했다.
“엄마한테 비밀이야. 너 원래 점심 다 안먹었으니까 이거 먹으면 안되잖아. 그치? "
“응, 우리 둘만 비밀이야. 아빠랑 나랑만 아는 비밀”
“너 엄마한테 말할거야?”
“아니, 비밀이야. 엄마한테 말하면 안돼”
아이는 찡긋 웃으며 내게 말했고, 처음으로 “몰래” 누군가와 무엇을 한다는 것을 해보고선 꽤나 신나했다.
이내 곧, 내가 지금 아이에게 처음으로 못된 짓을 알려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가 부모를 속이는 걸 배우게 되는걸까?
사실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사소한 일상이지만, 가정에서의 이런 사소한 행동 결정 하나가 불러올 나비효과를 벌써부터 난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그렇게 산책을 다녀온 후 저녁무렵, 엄마가 아이에게 물었다.
“너 아까 곶감 안먹었어?”
“먹었어 곶감, 엄마 몰래 아빠랑 먹었어”
아이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생긋 웃으며 엄마에게 사실 그대로 말했다.
아직은 그래도 순수한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