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 GR3x HDF 카메라 선택과 사용기
스마트폰 시대에 갑자기 웬 카메라?
10여년 전, 한 때 나는 사진과 카메라에 한창 빠져있었다. 그땐 클래식한 레인지파인더식 필름카메라와 DSLR, 미러리스에 교환식 렌즈도 2~3개씩 들고다녔고 거기에다 토이카메라까지 추가로 들고다녔다. 항상 촬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라이트룸과 포토샵을 만지작거리며 사진을 살펴보는 낙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모든 장비를 처분하였다.
그저 갑자기 모든게 질렸고, 더군다나 현재를 담는다는 본질보단 장비에 더 신경을 쓰는 내 자신이 싫었다. 삶이 바빠지다보니 사진 후보정 역시 버거웠다. 게다가 가장 큰 이유는 매번 한보따리씩 무거운 가방을 들고다니는게 부담스러웠는데 스마트폰의 카메라기능이 발전하면서 더욱 그러했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은 정말 사진이 잘 나온다. 아주 작은 이미지센서이지만 손떨림 보정에 빠른 AF(오토 포커싱), 그리고 최고의 장점은 휴대성과 뛰어난 공유기능이다. 후보정 역시 앱스토어에서 보면 수많은 앱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물론 화질열화는 별개의 일이지만 사실 조그만 폰 화면으로만 보다보니 이를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그렇게 또 10여년간을 카메라 없이 스마트폰으로만 간단하게 사진을 찍어왔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보니 내 아이의 예쁜 모습을 빠짐없이 담고, 또 자랑하고 싶어졌다.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카메라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관련 검색을 해보면 순간적으로 움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아이를 담기 위해 AF기능을 강조하는 제안 글이 굉장히 많았다. 게다가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아웃포커싱도 필요했기에 이런 저런 기능들을 모두 만족하려다보니 결국 다시 DSLR 또는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급까지 살펴보았다.
아이가 아주 어린 아기였을땐 정신이 없었다.
가방에는 이것 저것 짐들이 이미 한가득이었고, 두 손으로 아기를 항상 보살피다보니 폰을 챙기기도 힘든데 카메라라니. 사치라고 생각했다.
역시 도저히 큼지막하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아이와 함께 나설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두 돌 무렵부터 조금씩 상황에 여유가 생겼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나름 포즈도 잡고, 또 어느정도 아이의 행동에 예측이 가능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식습관을 잡고, 기저귀를 떼면서 이동 가방의 짐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스멀스멀 카메라에 대한 생각이 올라왔다.
간단하게 컴팩트카메라 정도라면 문제없이 들고다니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왜 GR3x HDF를 선택했을까?
돈 벌고 애 키우다보니 사진 후보정까지 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사진은 잘 찍고 싶다. 그런데 또 폰카는 뭔가 좀 감성이 부족하다.
앞서 걱정했던 염려를 바탕으로 내 조건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 휴대성
- 나름 괜찮은 자체 필터효과 (후보정에 대한 부담감;;)
- 아웃포커싱이 가능한 심도 표현
- 가능하다면 AF속도도 빨랐으면 좋겠다.
휴대성을 바탕으로 하니 자연스레 컴팩트 카메라군으로 좁혀졌다.
우선 다음 4개의 카메라가 후보군이었다.
- 후지 x100v
- 소니 RX100 VII
- 라이카 D-lux8
- 리코 GR3
필터효과에서 후지 x100v, 리코 GR3 2개로 좁혀졌고 많은 갈등을 했지만, 압도적인 휴대성에서 GR3로 결정하게 되었다. (물론 그 후에 알게된 사실이었지만 소니를 제외한 나머지 카메라들은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리코의 GR3를 구입하기 위해 다시 한번 더 스토어를 방문해 알아본다.
아… GR3x라는게 있고, 또 스트릿 에디션, 다이어리 에디션, GR3x HDF라는게 또 있다.
살펴보니 에디션 시리즈는 외관의 차이인듯 하고, GR3와 GR3x는 화각 차이이다.
나는 주로 기존의 사진도 크롭해 주제를 부각하는 편이라, 지체없이 40미리 화각의 GR3x로 결정했다. 또한 28미리 화각이 굳이 필요하다면 폰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 또 찍다보니 GR3의 28미리 화각을 부러워하곤 한다. 워낙 잘찍는 분들이 많다보니…)
자, 이제 마지막으로 HDF버전을 살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그냥 최신기종이라서 이걸로 샀다. 크게 다른 이유는 없었다. ;;
ND필터 대신 HDF
GR3 시리즈는 다음과 같다.
- GR3 출시 (28미리 화각, ND필터 내장)
- GR3 스트리트 에디션 출시 (28미리 화각, ND필터 내장)
- GR3x 출시 (40미리 화각, ND필터 내장)
- GR3 다이어리 에디션 출시 (28미리 화각, ND필터 내장)
- GR3x HDF 출시 (40미리 화각, HDF필터 내장)
GR시리즈는 스냅카메라로 유명하며, 만든 매무새나 쓰임 역시 스냅에 최적화되어있다.
그런데 ND필터?
ND필터란 무엇인가?
필터의 목적은 렌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진가는 과다 노출된 사진을 생성할 수 있는 조리개, 노출 시간 및 센서 감도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ND 필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ND필터가 있을 때 유용한 점은 장노출이다.
촬영자가 의도를 가지고 셔터속도를 떨어뜨리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하는데 모션블러 샷이나 패닝 샷을 찍을때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시선을 고정한채 그 뒤로 움직이는 사람들 또는 자동차의 모습을 담거나, 흐르는 폭포수 같은 사진이 대표적이다.
<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 >
HDF 필터란 무엇인가?
HDF는 Highlight Diffusion Filter의 약자로, 리코의 오랜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된 특수 필터로써,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미지를 프로세싱하는 방식이 아닌 하드웨어 성격의 내장 필터이다.
하이라이트 영역을 부드럽게 확산시키고 이미지의 가장자리에 블러 효과를 주어 필름 사진이나 빈티지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체적인 이미지 대비를 낮추고 밝은 영역의 흰색을 부드럽게 만들어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간편하게 Fn버튼으로 껐다켰다 할 수 있다.
렌즈필터로 따로 구하려면 미스트 필터로 찾아볼 수 있다.
<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 >
만약 ND필터와 HDF필터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난 주저없이 ND필터를 고를 것이다.
사실 HDF필터는 소프트웨어 보정을 통해 후처리로도 가능하지만 ND필터를 통한 셔터속도 감소 효과는 불가능하다.
대낮의 빛은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다. ND필터 없이 셔터속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스냅사진을 위한 카메라라면 조금 다르다. ND필터는 셔터속도를 떨어뜨리는 대신 카메라에 대한 확실한 파지와 고정이 가능해야한다. 때문에 보통은 삼각대를 사용한다.
그런데 휴대성을 강조하는 GR시리즈의 카메라에서 삼각대라??
물론 GR3의 경우 내장된 손떨림방지 기능으로 대략 셔터 속도 1/40에서도 크게 흔들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에는 ND필터보단 차라리 HDF, 즉 미스트 필터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순간 포착 하기 위한 내 개인적인 용도에서 ND필터는 사실 쓰일 일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카메라 가방을 메고다니며 갖가지 필터를 들고서 한창 사진을 찍어대던 시절에도 나는 ND필터는 어~~쩌다 한번씩 파도사진이나 도심속 사람들의 움직임을 담아보는 실험적인 촬영 외에는 거의 쓴 적이 없었다.
물론 선호도로 따진다면 HDF 필터보단 차라리 크로스 필터가 더 낫지않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번 카메라의 용도가 주로 인물사진이었기에 언제든 내장된 HDF필터를 편하게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의 바쁜 모습들을 어쩜 그리도 잘 담아내는지…
가족 스냅사진용으로 ND필터보단 HDF필터를 선택했는데, 요즘 크게 후회중이다.
물론 반대였어도 또 마찬가지로 후회를 했겠지만.
GR3x HDF 장점
카메라를 손에 쥔지 보름이 지났고 현재 약 1000장 정도 찍어보았다.
휴대성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휴대성이다.
두께는 있지만 높이와 너비만으로 보자면 스마트폰보다 더 작다. 웬만한 외투 주머니에는 손쉽게 들어가는 크기다.
즉, 슬리퍼를 신고 간단히 집 앞 슈퍼에 갈때도 아무 준비없이 그대로 들고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큰 이점인지는 DSLR이나 카메라를 가지고 놀아본 이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필터 효과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네거티브 필터에 대한 악평이 꽤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네거티브 필터.
HDF 효과와 함께 인물사진에서 딱 내가 원하던 사진들이 나왔다.
필터 세부 세팅값을 조금만 손보면 밝고 부드럽고 투명한 사진이 나온다.
더 말해 뭘할까. GR의 포지티브 화상컨트롤(필름효과)
GR의 포지티브 필터는 굉장히 유명하다. 심지어 해당 필터에서도 세세하게 채도나 대비, 명료도 등을 사용자의 선호색감에 맞춰 다시한번 더 세팅 가능하다.
역시나 자연스러운 아웃포커싱
컴팩트 카메라 특성상 얕은 심도 표현에는 당연히 제약이 있지만 내가 딱 기대했던 수준만큼 나타나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아이폰 13프로를 사용중인데 여기서 인물사진 모드로 촬영을 했을 때, 가끔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지는 억지스러운 배경흐림 효과에 실망한 적이 꽤나 있었다. (물론 최신폰일수록 심도표현은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름 최신폰인 아내의 아이폰 15프로 역시 렌즈의 조리개로 만들어지는만큼 자연스럽진 않았다.)
GR3x의 40미리 화각으로 아이의 모습 촬영시 조리개 최대개방으로 거리 약 1.5미터 안쪽에서만 찍으면 꽤나 준수한 얕은 심도의 사진을 얻을 수가 있었다. 컴팩트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GR3x HDF 단점
깜짝 놀랄만큼 적은 배터리 용량
크기때문임은 짐작하지만 용량이 작아도 너무 작다.
스펙상 배터리 완충시 200여장 정도 찍을 수 있다고 나와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LCD 디스플레이를 자주 확인하지만 않는다면 한번 완충으로 300장까지도 찍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가 켜진 시간이 길다면 100장도 못찍을수도 있다.
즉, 가장 큰 배터리 소모는 촬영보다 디스플레이 사용이었다.
여분 배터리를 하나 더 살까? 하다가 2개를 더 샀다.
여행지에서 하루 배터리 2개는 기본으로 사용할 것 같고 여기에 남들이 말하는 여분으로 하나를 더 추가했다.
(과거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결정적 순간1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는(?) 있지만, 디지털시대로 온 이후 압도적인 양에서 괜찮은 질의 사진을 찾는게 더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배터리값만 12만원이 넘게 들었다. ;;
GR3 정품배터리는 배터리 케이스도 안준다. 그래서 몇 천원이지만 이것도 또 따로 샀다.
불완전한 소프트웨어
한번은 SD카드 오류였는데 최적화였나? 나타났던 오류설명이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SD카드를 다시 뺐다 꽂았더니 해결되었다.
그리고 며칠전 GR3x v1.42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고 난 후 야외촬영중, 오류로깅도 나타나지 않은채 카메라의 LCD가 가장 마지막 사진의 재생화면 상태에서 멈춘채로 있었다. 이게 뭔가 싶었는데 또 이 상태에서 셔터버튼을 눌렀을 때 촬영은 되는듯 했다.. 물론 LCD가 먹통이 되어있었기에 피사체도, 찍은 사진도 볼 순 없었지만.
전원을 눌러 카메라를 껐다. 경통은 들어갔지만 여전히 LCD는 아까의 모습 그대로였고 전원 상태를 알려주는 LED램프가 초록빛으로 계속해서 깜빡이고 있었다. 혹시 SD카드 저장중 버퍼때문일까 해서 한 3분을 그대로 둬봤지만 변함이 없었다. 때문에 할수 없이 배터리를 빼버리며 강제종료하였다.
다시 배터리를 넣고 전원을 켜보니 찍었던 다행히 찍었던 모든 사진에 이상은 없었고, 이상증세 이후 찍었던 막사진들도 담겨있었다. 그런데 촬영후 방금 찍었던 사진을 잠깐 보여주는 화면이 LCD에서 마치 PIP(화면속 화면)처럼 우하단 1/4크기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버그를 또 경험했다.
내가 이 현상을 심각하게 생각하는건, 지금까지 사용해본 니콘, 캐논, 파나소닉 등의 디지털 카메라들에서는 모두 단 한번도 소프트웨어적 오류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2주간 3번이나 오류를 경험했다.
이거 원 불안해서 편하게 들고다닐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생겼다.
10년전 AF속도
조리개 최대 개방상태(얕은 심도)에서 내게로 다가오는 아이의 사진을 찍을 때, 정확히 초점을 맞춰 찍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그렇게 핀이 나간 사진이 또 나름 아날로그 사진의 감성이긴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감성이자 취향이고 스펙상으로 뒤쳐진건 맞다.
야외에서 아이의 모습을 예쁘게 담고 싶은데 아직 이 AF 속도가 적응이 안된다. 좀 더 만져보며 내 것으로 만들어봐야겠다. 문득 스마트폰의 AF 속도가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GR3xHDF로 찍은 사진
주로 아이와 가족사진만 찍어서 여기 올릴 만한 사진이 몇장 없다.
다음 사진들은 모두 무보정에 포지티브 필터만 사용한 것들이다.
(아! 흑백사진만 Raw파일을 Photomator에서 보정했다.)
내가 GR3x를 사용하는 방식
파일 저장 방식
나는 GR3의 파일 저장방식으로 RAW+JPEG를 사용한다. 64GB SD카드를 사용중인데 메모리 카드 포맷 후 대략 930장 정도 찍을 수 있다. 여행시 보통 하루 200장 정도 찍는다고 한다면 4박5일간을 크게 메모리카드의 용량 걱정없이 찍을 수 있다.
화상컨트롤 설정
jakob Iglhaut의 포지티브 필터 셋을 주로 사용한다.
위 유튜버의 프리셋인데 특히 야외에서 꽤 괜찮다.
참고 - Positive Film - SOOC JPEGS - Ricoh GR vs. GR III - Google 포토
가방(파우치)
Lowpro Advantura CS 20 III 라는 가방인데, GR3x가 살짝 여유롭게 들어가고 간단하게 SD카드를 넣을 수 있는 내부 포켓이 있다. 이쁘기는 Lowpro 타호 컴팩트가 더 이뻤지만 어깨에 멜 수 있는 스트랩 고리가 하나뿐이라, 스트랩 고리가 2개인 이 제품으로 골랐다. 누가봐도 카메라 가방같이 생겼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술자들이 허리에 차는 가방처럼 보일수도 있다. 그냥 막 사용하려고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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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부 좀 해봤다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다. 브레송은 라이카 M3와 50mm summicron 렌즈를 주로 사용한걸로도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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