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에서 만난 보호자 유형 3가지
아이가 첫돌을 지날 무렵,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키즈카페, 놀이센터 등의 어린이 실내 놀이공간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둥지같은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늘 자신의 편에서 자신만을 지켜봐주던 가족만이 아닌, 타인이 함께있는 공간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때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인지라 행여나 다른 이들로 하여금 우리 아이가 다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늘 안절부절 노심초사 지켜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만 3살을 바라보는 시점에서는 그때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지켜보게 된다. 행여나 우리 아이 때문에 다른 아이가 다치진 않을까 하는 시선이다.
놀이공간에서 아이를 지켜보다가 조금 여유가 생길때면 다른 아이들도 바라보게 되고 그 아이들의 보호자들도 바라보게 된다. 혹시 내가 모르는 이 공간의 규칙이 있진 않을까? 아이들이 놀이 기구 또는 교구를 이용하는데 내가 모르는 질서가 있진 않을까 하는 여러가지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본 보호자들은 모두 각양각색이었다.
굳이 유형을 나눠 붙이자면 다음과 같았다.
-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 모두 소중해
- 내 아이만 소중해
- 아이들이 다 그렇지 뭐, 원래 애들은 그렇게 노는거야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 모두 소중해
보통 일반적이고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현실의 절대적인 대다수를 차지하지 않는 이상적인 유형이다.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저마다의 문화와 양식 규범을 띠고 있다. 내가 머무는 동네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율로 따지면 50% 정도였던 것 같다.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가 놀이공간에서 질서상의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되었을 때, 이 유형의 보호자들은 대개 객관적인 질서를 내세운다. 아이들이 어떤 놀이기구를 가지고 다툼이 벌어졌을 때, 선착순의 질서를 먼저 내세운다.
이 때 보통 보호자들이 조심스러워하며 어려운 순간이 언제냐면, 바로 내 아이가 제 순서였을 때 일어나는 갈등상황이다. 보호자는 이제 내 아이가 아닌 내겐 훈육의 권한이 없는 다른 아이에게 질서와 규칙을 알려주고 따르길 바래야하는 순간이다. 나 역시 처음 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몹시 진땀을 뺐었다. 왜냐면 바로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보호자와 어른들간의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유형의 어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고 상냥하게 다른 아이에게 질서를 말해준다.
보통 일반적인 경우 아이들은 낯선 어른의 말을 잘 따르지만 간혹 울면서 자신의 보호자에게 돌아가는 아이들도 있다. 다른 아이가 울면서 돌아가면 정말 난감하다. 주변 모든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고, 마치 내가 내 애만 감싸고 돌며 내 아이의 놀이만 이기적으로 챙기는 것처럼 보여지진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인기있는 놀이교구에서 이제 내 아이가 비켜줘야 할 시간이 왔을 때 역시 이 유형의 어른들은 과감하게 내 아이에게 양보를 강요한다.
내 아이만 소중해
이름만 들어도 이기적인 이 유형은 사실 굉장히 드물다. 때문에 한번씩 마주했을 때 역시 상당히 당혹스럽다.
가끔 이용중인 놀이공간에는 ‘소꿉놀이 오두막’이라는 장소가 있다.
어른은 허리를 숙여 들어가야하는 마치 동화속 일곱난장이들의 집처럼 생겼고,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소꿉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이 곳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오두막은 모두 4개뿐이었다.
때문에 아이들은 해당 놀이공간에 오자마자 대부분 이 소꿉놀이 오두막부터 예약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오면 이제 정해진 시간동안 아이와 해당 오두막을 이용하게 된다.
오두막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모든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소꿉놀이를 진행한다. 그동안 보아왔던 어른들의 세계, 특히 엄마 아빠가 주방에서 하던 모든 것들을 실제 그대로 재현해볼 수 있기에 아이들은 더욱 더 집중을 하고 어설프지만 귀여운 역할놀이에 몰입한다.
그런데 이 오두막은 너무 예쁘다. 아직 순서, 질서를 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주변에서 놀다가 이 오두막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리고 가끔씩 오두막으로 들어온 낯선 아이들로 인해 이 귀한 시간이 깨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바로 이때 드물게 이상한 어른들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의 놀이영역에 침범하여 훼방을 놓고, 물건을 뺏어가는 상황을 제지하지 않는 보호자들이 있다. 실로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
아이들은 그럴 수 있지만 보호자는 다르다. 왜냐면 사회적 질서라는 개념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이라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그저 웃으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보호자는 더욱 더 당혹스럽다. 또한 아이에 대한 제지를 내 아이에게 하는 것과 달리 다른 사람의 아이에게 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을 만든 상대방 보호자로 인해 또 한번 당황하게 된다.
자, 이제 더 심한 문제는 여기서 한번 더 있다. 우리 영역에 침범한 다른 아이에게 제지를 하면 상당히 언짢은 얼굴로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마치 ‘애들끼리 같이 놀면 뭐 어때서, 유난이네’ 하는 표정이다. 가끔 “어머 00야, 여기서 친구랑 같이 놀면 재밌겠네” 라며 희한하게 선수를 치는 보호자들도 더러 있었다.
미끄럼틀을 타고 놀 때였다. 다른 모든 아이들이 미끄럼틀 밖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질서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고내려갔다가 그대로 다시 거꾸로 오르기를 반복하며 혼자 독점 놀이를 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아이들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 아이의 보호자는 그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동심의 세계에서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 나온 내 기분은 삽시간에 무너졌고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기 시작하지만, 차마 내 아이 앞에서 큰 소리 내기 싫은지라 그저 묵묵히 다른 곳으로 피해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다 그렇지 뭐, 원래 애들은 그렇게 노는거야
이 유형의 보호자들 특징은, 우선 놀이공간에서 잘 안보인다. 말 그대로 아이에게 자유 놀이를 줬다기 보다는 방임, 방치하는 유형이다. 보호자들을 찾아보면 어디선가 자리를 잡고 자기들끼리 놀고 있거나, 스마트폰만 보고 있기 일쑤다.
만 1세의 경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경우가 많기에 보호자들이 설마 애를 놔두겠냐 하겠지만, 이 유형의 보호자들은 이 시기에 아이 곁에 있을 뿐 끊임 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주변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재밌는건 이들 보호자들을 잘 관찰해보면 어느정도 공통점들이 나타난다.
‘나는 생업(또는 살림)과 육아에 너무 지쳤어요. 잠시 쉬러왔어요’
‘내 아이는 이제 다 컸어요. 보호자가 주변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지않아도 돼요’ 라는 모습.
그런데 또 꼭 이런 보호자의 아동들에게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근데 그럴수 밖에 없지않은가.
이 글은 아이들에게서 한 시도 눈을 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적어도 아이가 우선순위여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다르다. 자신의 휴식 또는 자신의 여가생활이 우선순위이며 그 한편의 남은 눈치로만 아이들을 관찰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하나 더 들어보자면, 놀이 공간에서 아이들간의 충돌이나 갈등이 일어났을 때, 또는 아이가 위험한 놀이를 하며 다치거나 사고를 쳤을 때 이들은 한참 뒤에서야 나타나서는, 이제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전가한다.
“엄마가 그렇게 하지 말랬지! 왜 그랬어!”
“또 또 그랬어? 어휴, 얘는 정말”
1번의 유형에서는 보통 문제상황 인지부터 차근 차근 알려주고 설명해주는 훈육이 들어가지만 이 유형의 보호자는 일단 자신의 책임을 쏙 빼놓고 모든 걸 아이의 책임으로 돌린다. 마치 자신은 그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교육을 다 했지만 지금은 아이의 잘못으로 인한 모양새인듯 강하게 말을 내뱉는다.
근데 이런 말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주변인들부터의 시선때문에?
아이는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수를 또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이다.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 끝에 어른이 되어간다. 그런데 이 과정을 보호자 본인의 편의를 위해 생략하거나 축소하려는 이들을 상당히 자주 본다. 그리고 이 말을 ‘아이는 실수해도 돼!‘라는 이상한 논리로 받아들이는 보호자들 역시 꽤 많다.
‘아이라서 실수를 할 수 있다’
‘아이가 실수 할 수도 있지(즉, 아이는 실수해도 돼!)’
이 두 문장은 서로 상당히 다르다. 전자에서는 보호자의 끊임없는 교육과 훈육, 지도가 들어간다. 하지만 후자는 후처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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